[렛츠리뷰]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자. 마지막까지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야 마는 나의 초 미룸근성이 또다시 발휘된 초치기 블로그 서평도전!ㅠㅠ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출근하던 뉴욕 시민들이 경악한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 두 대가 연거푸 충돌한다. 약 두 시간 뒤, 수천명의 사람들의 목숨과 함께 무너져 내리며 건물은 최후를 맞이한다.

1974년 8월 7일 아침. 출근하던 뉴욕 시민들은 이때도 경악했었다. 완공을 앞둔 쌍둥이빌딩 사이 허공에서 한 사람이 가느다란 쇠줄에 발을 디딘 채 떠있다. 그날 미국의 대통령이 스캔들 끝에 사임했지만 신문 1면은 쌍둥이빌딩과 줄타기꾼이 차지했다. WTC의 최후는 비극적인 충격었지만, 탄생은 이토록 유쾌한 충격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리프 프티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책 소개를 보고서도, WTC에서 줄타기를 했다고? 멋진데? 정도랄까. 다만 표지의 흐릿하고 아찔한 사진을 보자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동기가 생겼다. 어떤 동기냐. 사실 이 사건 말고도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종 해외 토픽 등을 통해 들려온다. 맨손으로 건물을 오르는 사람이라던가 뭐 등등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마다 '대체 왜?' 라고 묻고싶어지는 것이다. 왜 이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이 위험한 짓에 도전할까. 무모한 도전이 모험가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길래 세상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래키는 (그렇지만 별 소득은 없어 보이는)일에 목숨까지 걸까.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책이 있었군. 그래 이 책에는 그런 얘기들을 써 놨겠지!

자 그리고 읽었다. 첫 페이지의 간략한 자기소개 직후부터 무역센터 건물과의 첫 만남에 대해 설명한다. 우연히 본 세상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에 대한 기사. 그걸 보자 필리프는 본능적으로 그림속의 두 옥상 사이에 줄을 그린다. 그리고 선언한다 이게 나의 목표라고. 계기에 대한 설명은 거기서 끝이다. 단 두 페이지 만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르지'라는 말이랑 다를 게 없다. 아니 그렇다면 책의 나머지 페이지들엔 무엇을 적었단 말인가! 사진 한 장으로 간략히 설명될 사건에 대해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은 거지?

'20세기 최대의 예술 범죄사건'의 주인공의 회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바로 '준비 과정'이다. 필리프는 두 차례의 기습 고공 공연 후 더 강한 적수를, 더 드라마틱한 소재를 찾아 나선다. 몇년 전 우연히 본 기사속에서 가장 강력한 적수를 찾아내고 도전장을 던지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간다. 거기서 거대한 쌍둥이빌딩의 실제 모습을 처음 보자 마음속에선 이런 외침이 터져나온다. "불가능해"  그러나 그는 마음의 소리에게 이렇게 대꾸한다. "불가능하니까 해야겠어!" 그 다음부터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위해 어떤 기적을 부르거나 마술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공연을 준비할 때 처럼 - 도와줄 사람들을 모으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줄을 연결할 방법을 궁리하고, 필요한 장비들을 준비하고, 긴 줄 위에서 연습한다.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벌이더라도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가 특별히 더 가진 것이라곤 그동안 갈고 닦아온 줄타기 실력과 수많은 경험, 그리고 강한 의지 뿐이었다.

세상에 나오는 결과물은 사진 한장으로 설명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최고층 쌍둥이 빌딩 사이에서 줄타기는 그저 목숨을 건 무모한 장난으로 보일 뿐이다.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411미터 상공에서 줄타기를 했고, 무사했다. 기가막힌 일이고 기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뒤에는 치밀한 준비와 피나는 노력이 숨어있다. 필리프 프티는 그저 한순간의 깜짝쇼를 위해 바람의 신에게 목숨을 맡기고 줄 위에 선 것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경험, 그리고 사전에 쏟아부은 모든 시간과 노력들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왔고, 도전에 나선 결정적 순간에 그것은 더이상 목숨을 건 위험한 장난이 아닌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기이한 도전을 하는 기이한 사람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가 아니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목표에 어떻게 접근하고 성취해 나가는가에 대한, 평범하고 완벽한 성공담이다. 꿈은 크고 먼데 당장 어디로 갈지 막막한 나같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가이드북이다. 우연히 이 책이 나에게 온건 행운인 것 같다.




여기서부턴 사족

+어렸을적에 나는 집에 있던 커다란 '학생백과사전'을 보고 노는 것을좋아했다. 특히 즐겨보던 페이지중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층건물들의 높이를 비교해놓은 그림이 있었다. 그때 이미 시어즈타워에 밀려 2등이 된 WTC였지만 자 두개를 세워놓은 듯한 반듯한 모양과 쌍둥이빌딩이라는 점에서 훨씬 멋져보였다.

+그냥 그렇게 백과사전 그림 속에만 있던 건물이 어느날 티비를 통해 눈앞으로 튀어나온 날이 있다. 2001년 9월 11일 말이다. 종말론과 음모론에 심취해있던 중학생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테러의 희생자들, 그리고 뒤이은 전쟁에서 희생된 수많은 목숨들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철없는 나에게 그것은 현실이라기보단 영화나 게임의 한장면같았고, 비극적인 광경을 끊임없이 돌려 보여주는 티비 앞에 며칠간 붙어있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이 되어 들은 건축 교양 수업중에 이 건물에 대해 두시간에 걸쳐 자세히 다룬 적이 있었다. 건축'공학'에 초점이 맞춰진 수업이었기 때문에, 비행기 충돌로 어떻게 건물이 폭삭 무너지게된 것인지, 9.11이후로 건축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진 연구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핵심은 항공유에 의한 화재가 철골재를 약화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특히 도미노 쓰러지듯 와르르 허무하게 무너져내린 것은 쌍둥이빌딩만의 독특하고 혁신적인 구조때문이었다고 한다. 건물의 매력이자 장점이었던 것이 공교롭게도 아무도 상상치 못한 '항공기 충돌 테러'에선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쨌든 그 수업을 계기로 이 건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건물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나, 미적인 측면에서도 말이다(건물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는 별로지만). 먼지로 사라진지 몇년이 지나서야 그때의 사건이 참 안타까워진다. 일생일대 최고의 순간을 맞았던 추억의 장소를 송두리째 앗긴 필리프 프티는 어땠을까.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에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그의 가슴 또한 미어졌겠지.

렛츠리뷰

by 일반쓰레기 | 2008/08/26 23:59 | 그런 책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헉 렛츠리뷰 당첨!

렛츠리뷰 25차 당첨자 발표

와 며칠 블로그를 외면(연지 얼마나 됐다고...)한 사이에 반가운 소식!

렛츠리뷰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당첨!!!
태어나서 당첨이란걸 당해본적 없어 믿기지가 않는다!!
와우 맙소사!

그래 무더위를 독서로 이기라는 계시로 받아들이자!

by 일반쓰레기 | 2008/08/05 18:46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1)

대한민국의 교육'열'이란..?

과연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 것인가?

 한국의 교육열은 대단합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언제나 자녀들의 교육에 관련된 문제가 집안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당장 생계가 어려울 정도의 저소득 가정을 제외하면 어느정도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고,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선 실로 막대한 돈을 사교육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돈만 지불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적향상을 위해 학생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 독서실에서 보내고 있으며 그것을 지원하는 학부모의 노력도 엄청납니다. 그야말로 대단한 교육열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교육열이라 부르는것은 부당하게 미화하고 포장하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의 부모님들은 얼마나 '교육'에 관심이 있는 걸까요?

 우리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해 쏟는 모든 관심은 미래 지위 보장의 척도가 되는 '성적'으로 수렴합니다. 어느정도 성적을 받고 있는지, 어느 학원을 다녀야 성적이 더 올라갈지에는 대단한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어떻게 배우는지, 배운것을 받아들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나중의 문제입니다.

 어떤 고등학교를 가고, 어떤 학원을 보내고, 결국엔 어떤 대학에 갈 수 있을까는 모든 학부모들의 고민이지만 그 고민에선 우리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배워 어떤 교양과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게 좋을까라는 고민은 빠져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좋은 수익을 얻을 것인가 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시카메라가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불나면 도망가기도 힘들 정도로 좁은 복도 끝에 몽둥이를 든 강사가 지키고 서서 감시하는 감옥같은 학원에 사랑하는 자식을 보내놓고도 성적만 오르면 기뻐하며 박수를 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교육'은 지위경쟁의 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학부모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도 점수를 얻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과비용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투자의 대가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물론 명문대 학벌로 시작되는 사회적지위입니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이것은 자(子)테크 열풍입니다.

 그런 것을 교육열이라고 부르는데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말 교육열이 있는 학부모라면 우리 아이가 공부하는 곳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길러주는 곳인지 관심을 가질 일입니다.

by 일반쓰레기 | 2008/08/05 17:57 | 엉망진창논평 | 트랙백 | 덧글(0)

Standing in The Way of Control(live) - The Gossip

나에게 이번 펜타포트 최고의 수확은 바로 The Gossip을 알게 되었다는것!


by 일반쓰레기 | 2008/07/28 13:54 | 저런음악 | 트랙백 | 덧글(1)

호수공원 연꽃축제


+며칠 전, 복지관 로비에서 한 할머니가  나를 붙잡고 물었다.
"연꽃 축제는 어디서 합니까?"
연꽃축제? 가을에 복지관에서 하는 노인축제 말하는건가?
복지관 운영법인 이름이 연꽃마을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어르신, 축제는 가을에나 있어요."
알고보니 그게 아니고 호수공원에서 하는 '진짜'연꽃 축제였다.


+그렇게 연꽃축제라는게 있다는걸 알았지만 갈 생각은 물론 없었다.
문학예술반 선생님이 오늘 연꽃축제에 가 야외수업을 하겠다고 통보하고 갔는데,
잠시 후 나에게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탐(?)을 하고 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땡땡이치다 오라는 말과 다름없었으므로 기쁘게 나갔다.
행사장은 생각보다 넓었고, 사람도 꽤 많았다. 한 번 둘러보고 찾는건 포기하고 여기저기 핀 연꽃을 들여다봤다.

연꽃마을, 연꽃신문, 연등제...
복지관에선 연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잘도 붙어다닌다.
그 말에 익숙해져서인지 연꽃이 개나리나 민들레, 토끼풀만큼이나 흔한것처럼 여겨졌는데
막상 진짜 연꽃을 눈앞에 두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활짝 핀 연꽃을 실제로 본건 처음인듯 하다.


+어렸을적, 지금은 흐릿한 이미지만 기억에 있는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저수지 바닥을 뒤져 연근을 캐오셨다고 한다.
그때 먹은 연근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무성하게 자란 수련과 그 위에 핀 연꽃을 실제로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할아버지의 얼굴도 흐릿한데 내가 본 얼굴을 기억하는건지, 사진을 본 기억인지도 확실치 않다.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신데도,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느낌은 '할머니'라는 개념속에 묶여있다.

복지관에선 매일 그렇게 많은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과 만나는데
정작 내 할아버지 할머니는 내 삶 바깥에 있다.

by 일반쓰레기 | 2008/07/26 02:15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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