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 연꽃축제


+며칠 전, 복지관 로비에서 한 할머니가  나를 붙잡고 물었다.
"연꽃 축제는 어디서 합니까?"
연꽃축제? 가을에 복지관에서 하는 노인축제 말하는건가?
복지관 운영법인 이름이 연꽃마을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어르신, 축제는 가을에나 있어요."
알고보니 그게 아니고 호수공원에서 하는 '진짜'연꽃 축제였다.


+그렇게 연꽃축제라는게 있다는걸 알았지만 갈 생각은 물론 없었다.
문학예술반 선생님이 오늘 연꽃축제에 가 야외수업을 하겠다고 통보하고 갔는데,
잠시 후 나에게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탐(?)을 하고 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땡땡이치다 오라는 말과 다름없었으므로 기쁘게 나갔다.
행사장은 생각보다 넓었고, 사람도 꽤 많았다. 한 번 둘러보고 찾는건 포기하고 여기저기 핀 연꽃을 들여다봤다.

연꽃마을, 연꽃신문, 연등제...
복지관에선 연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잘도 붙어다닌다.
그 말에 익숙해져서인지 연꽃이 개나리나 민들레, 토끼풀만큼이나 흔한것처럼 여겨졌는데
막상 진짜 연꽃을 눈앞에 두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활짝 핀 연꽃을 실제로 본건 처음인듯 하다.


+어렸을적, 지금은 흐릿한 이미지만 기억에 있는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저수지 바닥을 뒤져 연근을 캐오셨다고 한다.
그때 먹은 연근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무성하게 자란 수련과 그 위에 핀 연꽃을 실제로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할아버지의 얼굴도 흐릿한데 내가 본 얼굴을 기억하는건지, 사진을 본 기억인지도 확실치 않다.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신데도,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느낌은 '할머니'라는 개념속에 묶여있다.

복지관에선 매일 그렇게 많은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과 만나는데
정작 내 할아버지 할머니는 내 삶 바깥에 있다.

by 일반쓰레기 | 2008/07/26 02:15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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