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04일
장미꽃을 든 아저씨, 울지 말아요.
아마도 고등학교 1학년때의 초가을 쯤이었던 것 같다.
하늘은 가을답게 새파랬지만 아직 공기는 그리 차갑지 않았고, 푹푹찌는 무더위는 아니지만 강한 볕이 피부를 찌르는 꽤 더운 날이었다. 해가 기울어가지만 열기는 더 뜨거운 오후였고 바람도 불지 않는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서, 나는 공원의 나무그늘 아래 잠시 쉬다 일어나 얼마 남지 않은 집까지의 거리를 재촉하고 있었다.
교복 셔츠까지 벗어제끼게 한 햇살 속에서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감색 겨울 양복 차림의 아저씨를 보았다. 이글이글 달구어진 길 저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중년을 훌쩍 넘겼으나 아직은 노인이랄 수는 없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은 가무잡잡하고 윤기가 있었다. 평소에 정장을 입을 만한 사람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그 옷이 아주 덥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 가뭇한 얼굴이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아주 서럽게도 울고 있었다. 인적없는 길에서 고등학생이 발을 멈추고 쳐다보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다. 찡그린 얼굴의 주름을 따라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 떨어지는 눈물을 따라 내려간 내 시선이 꽂힌 곳은 축 늘어진채 걸음걸이를 따라 터덜 터덜 흔들리던 그의 손에 들린 장미 꽃다발이었다.
국화였다면 충분한 설명이 될 텐데, 장미였다. 나는 그냥 굳어버렸다. 땡볕에 서서 느릿한 걸음의 아저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다. 왜 이 무더운날 겨울 양복을, 왜 그렇게 서러운 눈물을, 왜 장미 꽃다발을 왜 이런 대낮에..
그때는 그저 그 상황과 이미지가 너무나 생소하고 기가 막혔을 뿐, 아무것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금도 고작해야 사랑과 전쟁에나 나올법한 스토리나 떠오를 뿐이지만. (물론 나의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어떤 사건일수도 있다. 내 상상력은 참 빈약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만 장미꽃을 들고 길거리에서 엉엉 운다는게 어떤 느낌인지는 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저씨가 그랬다는 것이 더욱 더 드라마틱할 따름이다.
(왜 연애밸리로 보내는지는....)
하늘은 가을답게 새파랬지만 아직 공기는 그리 차갑지 않았고, 푹푹찌는 무더위는 아니지만 강한 볕이 피부를 찌르는 꽤 더운 날이었다. 해가 기울어가지만 열기는 더 뜨거운 오후였고 바람도 불지 않는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서, 나는 공원의 나무그늘 아래 잠시 쉬다 일어나 얼마 남지 않은 집까지의 거리를 재촉하고 있었다.
교복 셔츠까지 벗어제끼게 한 햇살 속에서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감색 겨울 양복 차림의 아저씨를 보았다. 이글이글 달구어진 길 저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중년을 훌쩍 넘겼으나 아직은 노인이랄 수는 없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은 가무잡잡하고 윤기가 있었다. 평소에 정장을 입을 만한 사람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그 옷이 아주 덥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 가뭇한 얼굴이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아주 서럽게도 울고 있었다. 인적없는 길에서 고등학생이 발을 멈추고 쳐다보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다. 찡그린 얼굴의 주름을 따라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 떨어지는 눈물을 따라 내려간 내 시선이 꽂힌 곳은 축 늘어진채 걸음걸이를 따라 터덜 터덜 흔들리던 그의 손에 들린 장미 꽃다발이었다.
국화였다면 충분한 설명이 될 텐데, 장미였다. 나는 그냥 굳어버렸다. 땡볕에 서서 느릿한 걸음의 아저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다. 왜 이 무더운날 겨울 양복을, 왜 그렇게 서러운 눈물을, 왜 장미 꽃다발을 왜 이런 대낮에..
그때는 그저 그 상황과 이미지가 너무나 생소하고 기가 막혔을 뿐, 아무것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금도 고작해야 사랑과 전쟁에나 나올법한 스토리나 떠오를 뿐이지만. (물론 나의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어떤 사건일수도 있다. 내 상상력은 참 빈약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만 장미꽃을 들고 길거리에서 엉엉 운다는게 어떤 느낌인지는 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저씨가 그랬다는 것이 더욱 더 드라마틱할 따름이다.
(왜 연애밸리로 보내는지는....)
# by | 2009/01/04 22:37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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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는 거의 두달에 한번 꼴이니 기대말아주셔요ㅠㅠ ㅎㅎ